암 그래야지
디씨 갤질을 한 때 하던 때가 있었다. 연예인갤은 아니고 김연아 선수를 좋아해서 피겨갤러리를 들락날락했다.
당시 인터넷 용어를 생산해 내는 데 갤만큼 활발하고 파급력이 큰 사이트는 없었다. 지금에야 일베니 오유니 난리도 아니지만. ㅋㅋㅋㅋ
여튼.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용어는 '넌씨눈'이다.
닥눈삼, 넌씨눈은 항상 세트처럼 사용했는데, 갤 뉴비들이 입갤을 하면 눈치없이 글 싸지르지 말고(갤 이야기를 할 때는 뭔가 과격한 용어를 써야 맛이 난다.ㅋㅋㅋ) 닥치고 눈팅 3일만 하라는 데서 나온 닥눈삼.
갤 분위기 1도 모르고 마이웨이 글 싸지르는 뉴비들한테는 넌 씨발 눈치도 없냐 라는 뜻으로 쓰는 넌씨눈.
과격하긴 해도 기분 해소가 되기 때문에 나도 사용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욕설을 많이 하진 않는데, 특히 씨발이라는 욕은 초등학교 이후로는 전혀 쓰지 않는다,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면 '썅' 정도?, 이러한 나에게 넌씨눈은 씨발이라는 풀 욕설을 발음하지 않으면서도 기분 해소를 할 수 있어서 기분 해소용으로는 아주 좋은 용어다.
왜 근데 뜬금없이 넌씨눈 이야기를 하게 되었냐면, 요즘 내가 넌씨눈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외적 요인, 내적 요인에 의해 심리적으로 아주 짜증이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호리미를 안아도 이런 기분은 전혀 사그러지지 않고,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하는 안일한 소망따윈 이루어지지 않아 순간적으로 욱! 욱! 한다.
분노 조절 장애까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왁! 하고 소릴 지를 정도는 아니니까.
이런 나에게 넌씨눈인 사람은 아무래도 주위 사람들. 같이 지내고 부대끼다보니 나는 기분이 별로인데 특급 넌씨눈 모드를 발동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 뭐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누가 봐도 활활, 우울, 개조심 모드인데, 이것저것 말을 걸어 온다던가.
몰린 일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휴가지 서칭하면서 휴가지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던가.
그러고보면 인간이란 자신에 의한 것보다는 타인에 의해서,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찢기는 아주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어느 책에선가 보았는데 그래서 정신 이상자들만이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오로지 독립적으로 자신의 정신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하더라.
이런 넌씨눈 때문에 짜증이 난 건지, 아니면 내가 짜증이 나서 넌씨눈이 거슬리는 건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뒤죽박죽 순서는 흐트러졌고, 남은 건 내 짜증 뿐.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바람이 불면 바람보다 먼저 눕는 갈대가 되어야지.
바람이 불어도 혹여 날아갈세라 바들바들 떨며 날아가지 않도록 땅에 딱 붙는 젖은 낙엽이 되어야지.
암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