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는 말고>
작년에 포스팅을 하고 올해는 처음인 거구나.
사실 그 동안 잡념들을 개인 메모장에 남기긴 하였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았고, 그 일들이 나의 혼을 쏙 빼 놓기도 했었고, 그래서 더 포스팅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못하였다. 여기엔.
그저 산책을 나온 강아지가 마킹을 하듯 나는 여러 플랫폼을 옮겨가며 하긴 했다. 다음, 프리챌, 싸이월드, 네이버, 그리고 티스토리까지. 개인적인 내용은 또 나의 메모장에도 하였고. 그러다보니 뭔가 이어짐이 없이 남기는 것에 의의를 두기도 한다. 나의 상념. 그것을 나는 왜 자꾸 남기려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말이다.
포스팅을 하지 않은 동안 나를 뒤흔든 일들이 참 많았다. 한 줄로 엮어서 말을 하면 또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듯하여 남기고 싶지가 않네.
남기는 순간, 괘씸하게 생각하는 말인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가 명징하게 드러나는 것도 같고, 그렇게 지나가서 이제는 당시의 극렬한 감정의 도가니를 벗어난 것이 내심 허탈한 것도 같아 담담하게 써 내려가기 싫은 뭐 이런 개똥같은 기분이랄까?
그런데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나서 혹은 여전히 겪으면서 드는 생각은, 참 인생 제멋대로구나. 예측? 전혀 소용없구나. 우리 삶의 안정이란 건 발로 툭 차면 후후둑 허물어지는 짚단 같이 허약한 것이었구나. 후, 하고 불면 투투둑 형체를 잃고 날아가버리는 민들레와 같구나. 라는 것이다. 나는 절대 내일의 나를 알 수 없다. 나는 절대 내일의 내 삶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니 그냥 묵묵히 내리는 비를 맞고 서 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비를 맞으며, 이 비를 피할 곳이 어디에 있을까? 정도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겠지. 이 비를 멎게 할 힘은 없으니. 더군다나 비가 예보를 하고 내리는 일은 없으니 더더욱 맞을 수 밖에 없는 일이고. 내리는 비를 맞은 횟수가 많아질 수록, 비의 세기가 강할 수록 나는 점점 억척스러워져진다. 여간해선 놀라는 일이 없지요, 했던 소피가 되는 것도 같다. 우리는 그런 것을 늙음이라고 하는 것일까? 나이듦이라고 하는 것일까? 뭐가 되었든 경험이 쌓이면 비슷한 경험에는 어느 정도 대처 감각이 생기기 때문에 호들갑 떠는 횟수가 줄기는 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더한 것도 겼었는데 이런 것 같고 뭘. 하면서 놀라서 퍼득이는 자신의 아이 같은 심장을 쓸어내리며, 그러지 말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이제 그런 호들갑은 어울릴 나이가 아니야, 라고 스스로를 윽박지르며 말이다. 맘대로 울지도 맘대로 호들갑을 떨지도 맘대로 놀라지도 못하는 감옥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지도. 답답하고 억울하지만 한편으론 안정적인 이율배반적인 감정. 그러니 사람이겠지만, 말이다.
갑자기 봄답지 않게 무척 덥더니 비가 온다. 제법 시원해졌다. 산책하기에 딱 좋은 온도이나, 비가 오고 있기 때문에 산책을 나가진 않았다. 고양이는 캣타워 가장 윗자락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자고 있고, 나는 제법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이렇게 오랜만에 포스팅을 한다. 심란할 때 말로 하면 기분이 나아지잖아, 라고 누군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이렇게 글을 쓰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꽤 오랜동안 이렇게 적는 것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마음이란 게 나에게 있을까? 그렇다면 그 마음까지도 적어보자, 그래서 최대한 표현해 보자고 시작했던 것 같다. 내 말주변과 언어가 일천하여 내 마음의 상태를 적확하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과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심란함이 달래졌고, 사나운 마음도 제법 누그러졌던 기억, 그것이 나에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쓰고 있는 것이고.
잠이 많은 사람은 슬픔이 많다고 하지. 누구의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견 그 말에 동의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해요? 라는 질문에 나는 잠을 잔다고 곧잘 대답을 하였는데, 다른 것도 아닌 잠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겐 제법 스트레스 해소엔 도움이 된다. 나를 괴롭히는 문제를 꿈속에서 해결할 리는 만무하지만, 한숨 자고 나면 그래도 조금 전과는 다른 모드를 넘어온 캐릭터가 된 기분이랄까? 꿈이든 잠이든 나는 일종의 이질적인 모드를 중간에 간지처럼 끼워 넣었기 때문에 조금 객관적일 수 있었다. 잠들기 전의 나의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비가 그치질 않는다. 아마 밤새 오려나.
조용하게 내리고 선선함이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봄인데 너무 더우니 봄을 만끽할 시간도 없는 것 같 아쉬우니까.
많이는 말고, 한 두 주 정도만이라도 봄, 모드이길. 여름은 여름대로 또 맞아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