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저녁

<못된 아이는>

unloved 2017. 1. 31. 14:43

본가엘 다녀오면 늘 쓸쓸하다.

그리고 대체로 잠을 쉽게 들지 못한다.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계속 들고, 그 생각들은 좀처럼 나를 놓아주려는 법이 없이 오히려 덕지덕지 몸을 부풀려가며 나를 옥죄어온다.

늦둥이로 태어나 부모의 얼굴을 분간을 하기 시작하면서 늘 늙은 부모의 얼굴만 보고 살아온 나로서는, 나이가 들고 독립을 하면서부터는 부모의 죽음에 대한 공포로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시험 공부를 하다가도, 운동회 전날 운동화를 머리맡에 놓고 잠을 청하다가도, 당장 내일 휴가를 앞둔 밤에도 그러한 공포는 마치 연탄가스처럼 기척도 없이 스며들어 나의 목을 조이며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할퀴고 지나가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밖에. 그리고 광광 가슴을 치며 우는 것 밖에.

나이가 들어도 이러한 공포는 좀처럼 익숙해지지도 않고, 좀처럼 사그라들지도 않으며, 예나 지금이나 나를 꼭 울리고야 마는, 내가 공포에 휩싸여 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의 크기로 찾아 온다.

어젯밤에도 그러하였다.

나의 모친은 갑자기 내 인생에서 사라졌고, 나는 너무 황망하여 무릎을 꺾은 채 울고만 있었다. 집을 나와 산 것이 어느 새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마치 부모 잃은 어린 아이처럼(부모를 잃은 것 맞고, 어린 아이인 것은 맞지 않지만) 절대적인 상실감이 얼마나 큰 공포인지 다시 한 번 몸으로 흐느끼며 체감하였다.

이 공포는 그 횟수나 고통의 세기로 보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막상 또 닥치면 어차피 속절없이 당하고 말 터인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미리 경험을 해 보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나를 이 공포에 미리 절이려 하는 것일까? 나의 의지는 분명 아니다. 그렇게 악취미는 없으니. 그렇다면 나의 무의식인가? 잠잠한 나의 마음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며 낄낄거리는 못된 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