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저녁

이제 그 가족의 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길

unloved 2016. 11. 4. 22:58
궁금한 이야기 y는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알의 자매품 격이랄까?
오늘의 이야기는 신원 미상의 한 남자의 기억과 가족을 찾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이름만 겨우 쓸 줄 알 뿐 글을 읽지도 가족이 누군지도 자신이 여기에 왜 있으며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말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남자,였다.
폐지를 모으며 지하 창고에서 잠을 자고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사시사철 찬물로 몸을 씻는 남자.
그 남자의 이름만 가지고 방송국에서는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한 번의 실패 끝에 그 남자의 여동생의 제보 전화로 결국 남자는 가족을 찾았고 잃어버린 아들을 기다리신다며 고향에서 홀로 40년을 지내고 계시는 노모를 만났다.
흔히 보아왔던 눈물의 이산 가족 상봉의 그림은 연출되지 않았고 덤덤히 정말 그저 덤덤히 손을 잡고 쓰다듬고 40년의 공백을 메꿔 보려는 어색한 눈맞춤만 있었다.
그래서 더 슬펐고 먹먹했다.
폐지를 주워 하루 버는 돈이 2만원 남짓.
남자는 그러나 그 돈이면 충분하다고 함빡 웃음을 보이곤 했었는데, 가족을 찾고 노모를 만나러 가기 전 그동안 자신이 번 돈을 모두 꺼내 보여주었다.
신원 보증이 되지 않아 은행 업무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땅 속에 돈을 묻어두었다는 남자.
자신은 쓸 일이 없다며 어머니를 만나면 모두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돈을 모았다는 남자.
숙연해졌다.
평생을 혼자 살아왔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고 있지만 늘 가슴 속에는 가족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어딘가에 있기를 바랬던 자신의 가족을 위해 돈을 모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내가 나임을 알게 해 주는 존재.
가족.
이제 그 가족의 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