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저녁

쿨하지 못해 미안해.

unloved 2011. 4. 21. 21:43

  최근 들어서 더욱 확고해진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그리고 정말 그렇지 않기를 바랬지만) 훨씬 더 진지한 사람이다. 그래서 무엇이 되었든 진지하지 못한 것들, 특히 사람들을 보면 '아 정말 대단하구나. 저렇게도 살지도 하네?'하며 놀라기도 한다.(이 얼마나 편협하고 유아적인 사고란 말이냐.) 
  특히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형적인 가면극 놀이의 인물들인데, 듣기 좋으라고 '지인, 지인이에요, 지인이 하는 말인데...'하며 드립을 치며 친분을 과시하지만, 그런 지인들 대부분이 서로 더 빛나는 가식의 코스튬을 찾아 입느라 다투기 일쑤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그 열을 조금만 낮추라고, 괜히 그렇게 혼자 뜨거웠다 상대의 차가움에 손이 곱아 슬퍼하지 말고 미리미리 거리를 두라고 당부를 해 준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가던 길을 포기하고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새 도로를 달리긴 쉽지 않잖아(관성의 힘이란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데도) 그들을 생각보다 진지하게 대하고, 그 진지함 때문에 내 자신에게 질리면서도 늘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어떻게?'하며 초등학생 어린이 같은 허공 속의 외침을 하고 있는 거다.(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 진지함 때문에 나의 사람들에게 정말 냉정한 말을 많이도 했고, 상처를 주기도 했다. 당시 나는 나름대로 그들의 그러한 고민에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나불거려지는 모습을 목도했을 때의 좌절감이란.(물론 지금은 그러한 좌절감의 여파가 내 심장을 쥐고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나는 너무 슬프고, 사람에 대한 불신에 괴로워 다신 사람이라는 종족과는 말도 섞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을 지도 모른다. 내 성격이 그렇게 촌스럽다.)
  이게 다 사람에 대한 헛된 욕심이라는 것을 매번 느끼면서도, 내가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건, 사실은 내가 한 때나마 굉장히 밀도있게 그들에게 진지했던 시간이, 에너지가 아까워서가 아닐까? 내가 한 고민이 절대 오지랖으로 치부할 만한 질낮은 것은 아니라고 강짜를 부리고 있는 것은? 진짜 아닐까?

  결국 모든 것은 자기애의 발로다. 남 탓 할 것 없지, 암.


  쿨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