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저녁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은 없는 안자이 씨!

unloved 2015. 7. 8. 17:44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책을 샀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이제는 읽지 않지만 20대 때는 곧잘 읽었다. 워낙 그 때나 지금이나 청춘, 20대하면 다들 상실의 시대 한 번쯤은 폈다 접었다 했으니까, 나도 흐름에 몸을 맡겨 읽어보았던 거지 뭐. 

하지만 나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좋아했다. 그리고 아직도 더 좋아한다. 글도 술술 잘 읽히고, 하루키씨가 워낙 잘 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안자이 씨의 삽화를 무척 좋아했다. 책의 내용과 삽화를 한 사람이 쓰고 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의 내용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아주 적절하게 어울리는, 겐자부로씨의 단어를 빌리자면, 적확하게 삽입이 되어 있는 아주 멋진 삽화였다. 그래서 안자이씨가 하루키씨의 삽화가가 아닌 고유 명사로 나에게 쏙 박혔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삽화가로서도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안자이씨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내가 하루키의 에세이와 소설을 읽지 않는 동안 그는 병에 걸렸고 당연한 수순처럼 세상을 등졌다. 슬픈 마음이 들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일 뿐인데 그의 삽화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이 나를 굉장히 안타깝게 하였다. 

그래서 이끌리듯 그의 책을 샀다.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그 다운 제목이랄까? 대충 그린 건 분명한데 정말 마음을 옭아매는 충실함이 베어 있는 그의 그림과 무척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맘에 든다. 

하지만 맘에 든다, 는 감정은 표지에서만이었고, 책 속의 그의 작품을 하나씩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슬픔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떠야만 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은 없는 안자이 씨!

이제서야 말하지만 나는 하루키씨의 에세이 만큼이나 당신의 삽화를 좋아했습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