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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코딱지들 힘내라! 본문

시시한 저녁

그러니 코딱지들 힘내라!

unloved 2015. 8. 4. 16:54

이것 저것 어영 부영하다가 8월이 됐다.

나는 그 동안 회사를 관두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다가 이직을 준비하고 면접을 2건 보았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면접이라 면접의 감이 1도 없는 상태였고, 요즘은 어떻게 면접을 보는지 찾아보긴 했지만 뭐 딱히 얻을만한 건 없었다.

재직중이어서 아무래도 면접을 소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퇴근 후에 오라는 곳도 있고 해서 무난히 소화를 한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러저러한 회사 일, 회사 사람 등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캠핑을 가자는 전 팀장님의 말씀에 금요일에는 급휴가를 내고 비오는 캠핑도 했다. 뭔가 이끌리듯 하고 있는 듯한 스케줄들의 연속이었다.

면접 이야기로 돌아가서 첫 면접은 퇴근 후에 6시 30분부터 9시가 넘어서까지 본 압박 면접이었다. 경력직 면접은 원래 이러한 것인지 기빨린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면접이었다.

자필 자소서를 또 써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무진들과 2시간이 넘게 면접을 보았다. 회사에서 시달리고 난 터여서 얼굴은 썩어 있었고 날은 더워서 땀도 범벅. 그러나 뭔가 면접 시작입니다. 이러니까 쇼타임의 시작인 듯 뭐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꺼내고 받고, 주고, 연기를 하듯 시간을 채워나갔더니 나중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을 즈음 끝이 났다.

근데 같이 일하게 될 거라는 (합격에 할 시에) 팀장처럼 보이는 남자는 인상이 참 좋았다. 계속 웃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실상 질문은 본부장이 더 많이 했다. 깐깐해 보이는 인상. 

근데 좀 그랬던 게 난 자소서에 취미나 특기를 왜 쓰라고 하는 지를 몰겠지만 예전부터 취미는 물구나무서기였고, 특기는 숨은그림찾기였다. 그래서 무심코 썼는데 그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더라. 

물구나무 서기는 물구나무서기라는 책을 읽는다는 거야, 아님 선다는 거야? 이런 투였으니까.

취미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게 그리 이상한가? 이해할 수 없다. 

면접이 끝나고 소감을 들어보니 대충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고 하던데, 난 사실 요즘 자존감이라곤 1도 없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자존감을 툭툭 털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고 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나오는데 면접비라고 10만원을 주길래 앗싸! 싶었다. 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면접비가 소진되면 안 줄 수도 있다고 한 걸 봐서 진짜 주나 어쩌나 물어볼까 하다가 또 돈 밝히는 인간으로 찍힐까봐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왕굳 밥 먹으라고 돈 줘서 아리가또 쎄쎄 느낌으로 함박 웃음을 지으며 나왔다.ㅎㅎㅎ 역시 돈이란 좋아.

근데 뭔 과제물이 있질 않나. 10만원 짜리 알바를 한다고 생각하고 집에서  시간을 쪼개서 과제물을 일단 넘겼다.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는데, 그 회사 이사는 전에 내가 모시던 본부장님과 어쩜 어투가 비슷하신지 깜짝 놀랐다.

000씨는 자신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묻길래,

저는 제가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더니,

나한테도 한 번 물어봐줄래요? 000씨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러길래, 네, 제가 어떻게 보이시나요?

그랬더니,

그 이사왈,

저는 000씨가 똘똘이 스머프 같아요.

엥? 똘똘이 스머프? 웃겨가지고 뭔소린가 했다.

똘똘이 스머프만 남은 면접. ㅎㅎㅎ

어쩜 그 본부장님과 똑같이 말씀을 하시는지 그 분도 나한테 저렇게 말씀을 하셨었지.

여튼 두 건의 면접을 본 결과 나는 실상이야 어떠하든 면접을 볼 땐 자신감이 넘치는 인간으로 보이나보다. 그게 결론이다.

웃기지만 자신감 없어 보이는 것보다야 낫겠지, 그렇게 정신 승리하고 있다.

나는 내가 말을 횡설수설 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베?

여튼 요즘 잡코 서칭을 주기적으로 해 보니 취직 시장에서 신입들이 왜 취뽀를 하지 못하는 지를 알겠더라.

외국계 기업을 비롯하여 신입 채용 자체가 많이 줄기도 하였지만, 신입을 뽑는 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이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어서 경력이 없는 신입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신입들 가르쳐서 쓰느니 돈을 좀더 주더라도 바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신입들은 취뽀를 하기 전까지 놀 순 없으니 실무에선 그닥 쓰이지 않는 스펙까지 쌓아가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요즘 취준생이었으면 난 바로 탈락이었을 것 같다.

서류 전형에서 광탈! ㅋㅋㅋ

자신감 넘쳐 보여요 000씨, 란 말도 절대 들을 수 없다. 웃픈 현실. 그래서 취준생이 눈이 높니 낮니 쉽게 말을 못하겠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진짜 미친듯이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야, 그러니 코딱지들 힘내라!

물론 똘똘이 스머프 나도 힘내고.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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