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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아버지의 증상은 다행히도 당뇨 합병증상이었다. 이것저것 최악의 수만 생각하다 그나마 약으로 해결이 될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더욱이 아버지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극심한 상태이셨는데,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하니 그것으로 마음의 짐을 다 내려 놓으신 것처럼 예전의 꼬장꼬장하고 호탕한 성격으로 돌아왔다. 너무 그 변환의 텀이 너무 순식간이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런 모습마저 우리 아버지다워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 웃음을 내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한 부모가 99명의 자식은 키워도 99명의 자식이 한 명의 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더니 참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더 주지 못해 마음을 아파하지만 자식은 부모에게 하나라도 더 받지 못해 속상해하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 부모님의 노쇠를 목도하..
대체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이상하게 겨울을 시작하는 때보다 봄을 시작하는 따뜻하기 시작하면 뭔가 일이 생겼다. 그래서 밖은 따뜻한데 안은 추웠다. 대체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4월이 되었고, 벚꽃이 휘날린다. 그런데 춥다. 꽃을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꽃을 느낄 기분이 아닌 것일 수도 있다. 내 상태 내 기분이지만 단정을 짓지 않고 있다. 무엇을 단정 짓고 확정하는 것이 좀 피곤해졌다. 그냥 그런가보네, 그럴 수도 있겠고, 정도의 마음의 연속인 것이다. 견디는 마음이랄까. 시도때도 없이 받는 재난문자를 견디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건강 상태가 안 좋으신 아버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을 견디고, 폭풍 전야처럼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회사의 상..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삶이 바뀔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더더욱이나 몰랐다. 그런데 타격을 받고 있다.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건강에 이상이 발견되어 병원을 가시게 되었다. 본인의 건강 이상보다 코로나에 걸리진 않을까, 혹은 이미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계신다. 젊은이들은 찾아볼 수 없는 노인촌이다보니 마을 이장부터 어르신들은 코로나 걸리면 다 죽어요, 하는 판이니 두려워하실 만도 하다. 더욱이 우리 아버지는 당뇨 고혈압이 있으시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으니까 정말 죽어요, 했을 거고 그 때문에 더 무서워 하신다. 건대 병원을 가셨는데, 사람이 많아서 무섭다고 하신다. 그래서 대기실에서 기다리지 않고 검사를 받을 때를 제외하곤 병원 밖으로 나와서 걷고 계신다..
나의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계속 우울했으며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처럼 화가 잔뜩 끼어 있었다. 이런 기분을 토로할 곳이 없어 계속 우겨 넣기만 했다. 한 번 터지면 감당을 하지 못할 것 같아 회사에서는 되도록이면 말을 삼갔다. 그렇게 틀어 막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니었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기분은 그러했고. 내 기분과 상관없이 다이나믹 코리아는 정말 끝내주게 다이나믹 했다. 이 아시아 & 외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4관왕을 차지했고, 봉감독은 본인의 위트를 유감없이 아카데미에서 뽐냈다. 작년에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한국에서 개봉하자마자 보러 갔었다. 재미있게 보았지만 아직도 내게 가장 최고의..
영화 탓이다. 나도 그 누구들처럼 러브레터를 좋아했고, 몇 번을 돌려보았다. 최근에는 더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기피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한, 러브레터. 이츠키가 죽으며 불렀던 세이코라니...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상큼한 노래이지만, 영화 탓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나는 그저 슬퍼진다. 눈물이 난다. 뭐 그게 어쩌라는거냐, 라고 해도 할 말은 없는데, 버튼이 눌리는 거지. 구정 때 집엘 다녀왔다. 나이가 들수록 집에 다녀온 후의 후유증이 크다. 울적하다. 우울하고. 슬프고 두렵다. 이번 구정에는 아버지께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알려 드렸다. 친절치 못하게 가르쳐 드렸는데, 아버지가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죄송했다. 그리고 그 새벽에 문자와 사진을 보내는 연습을 하..

사실 어제 해나 오늘 해나 다르진 않은데 그래도 끊고 가면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해 보려고 한다. 새해 계획은 좀더 생각해보고 일단 퍼블리는 1년 구독 신청을 하였다.
겨울이 이렇게 오려나보다. 뭐 이미 와 있었는데 미처 눈치를 못 채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찌하였든 갑자기 추워졌고, 나뭇잎들은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회사 업무는 성수기를 시작하여 슬슬 야근을 시작하고 있는데 그래도 작년보다는 정신없는 일들이 줄어 조금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매년 이맘때 느꼈던 나의 성장, 나의 현재,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 때문에 우울해 지는 것 빼곤 말이다. 연례 행사처럼 이맘 때가 되면 1년을 정리하기 보다는 우울하기에 급급한데 매년 그런 기분 때문에 짜증이 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참 사람의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어렵고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리고 나의 나약함도 매년 어찌 그러한 지 싶고 말이다. 좀더 경쟁적으로 좀더 도전적으로 살..
상사의 나쁜 기분 상태는 나의 업무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도 나쁘게. 이럴 때 눈치라는 것이 발동이 되는데, 평소 눈치가 빠른 사람일 수록 상사의 기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나 역시 그런 편에 속한다. 팀원이 모두 싫을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마음 상태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싫다, 는 감정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리더로서 과연 옳은 행동일까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리더의 자리가 어려운 거기도 하고 말이다. 나로서는 지금 좀 애매하고 불쾌한 상황에 빠져 있는데 내가 이해한 상사의 기분 나쁨의 원인은 이러하다. 상사는 나와 나를 포함한 파트에 다른 파트와는 다르게 호의와 배려를 했으나, 나와 나를 포함한 파트원들이 상사의 기대를 저버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