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본전 생각에] 본문
상사의 나쁜 기분 상태는 나의 업무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도 나쁘게.
이럴 때 눈치라는 것이 발동이 되는데, 평소 눈치가 빠른 사람일 수록 상사의 기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나 역시 그런 편에 속한다.
팀원이 모두 싫을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마음 상태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싫다, 는 감정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리더로서 과연 옳은 행동일까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리더의 자리가 어려운 거기도 하고 말이다.
나로서는 지금 좀 애매하고 불쾌한 상황에 빠져 있는데 내가 이해한 상사의 기분 나쁨의 원인은 이러하다.
상사는 나와 나를 포함한 파트에 다른 파트와는 다르게 호의와 배려를 했으나, 나와 나를 포함한 파트원들이 상사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 무척이나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런 호의는 없을 줄 알라는 식의 행동을 말도 없이 하고 있는데, 나는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호의와 배려를 내가 달라고 하였나? 싶으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호의와 배려는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 호의를 베풀어야 겠다고 생각한 당시에는(당시가 중요하다) 그래야 조직이 잘 운영이 될 것이다, 라고 판단을 하고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팀 세팅이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여서 최대한 빨리 조직을 안정화 시키는 목적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리더로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한 뒤에 나온 결론이 저 호의와 배려(사실 난 저 단어도 맞지 않다고 보지만 그건 뒤에 이야기하고) 라고 본다.
그런데 이제는 조직도 어느 정도 안정화 되었고, 그런 호의와 배려가 본인 선에서 과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고, 실망도 그래서 나오는 본인만의 기분 나쁨 같은데, 그 실망과 짜증을 상사 특유의 특권으로 갑질을 하고 있으니 팀원들은 호의를 베풀면 베푸는 대로 페품에 당하고 지금은 기분 나쁨에 당하는 수밖에 없다.
호의를 베풀어 달라고 우리가 요구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거고 본인이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에 팀원을 배려하는 모습이 포함이 된 것이어서 팀원들에게 좋은 팀장의 모습을 보이고 싶고, 또 일을 갑자기 무리하게 줘야하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이 판단하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실행한 것이라고 나는 본다. 물론 나는 그 호의의 대상이었으나 그 호의 못지않게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인 업무 지시도 그 호의 때문에 군말없이 하기도 하였다. 뭐 이 정도면 기싸움 같은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본인이 선택하여 호의를 베풀었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기대를 하였고, 그것에 못 미치니 실망하였고, 그리고 그 여파로 짜증을 내며 [이제 나도 다른 팀장처럼 이전의 호의는 없이 팀을 운영하겠다] 라고 직접 이야기 하지도 않고 슬쩍 한 명을 불러다 흘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유치한 행동인지, 싶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인간적으로 상사를 좋아했는데, 이 감정적인 팀 운영을 보고 있자니 그리고 그 호의와 안 호의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파트원으로서 (업무를 세팅하고 플래닝하는 자리다 보니 팀장과 논의할 내용이 가장 많은 파트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한 것이다.
더 깊이 오해를 해 보자면 왜 그런 유치한 행동과 짜증을 내는 것을 공식적으로 말하지 못하느냐에 대해 나는 생각해 보았다. 왜 공식적으로 말을 해야하냐면, 상사 본인이 우리 파트에게 일을 긴밀하게 줄 일이 많아서 직접 만든 업무 지시 채널이 있는데, 그래서 굳이 자기 닉네임을 달아서 업무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았었던 그 채널을 본인이 나가 버렸다.
사실 그 전에도 그런 적이 가끔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우리 파트에 화가 났었거나 본인이 기분이 나쁘거나(우리가 원인이 아니더라도) 일종의 '나 화 났어'의 시그널이었는데, 이번에는 몇 번 나가서 재초대를 하니 자기 이름을 없애고 나가 버렸다. 그럴 거면 그냥 공식적으로 이 채널로는 이제 지시도 보고도 하지 않겠다 고 하면 될 일인데, 그런 말도 없이 기분대로 나가 버리고 채널명에 자기 이름만 빼는 모습을 보자니 그냥 유치하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나조차도 저런 리더의 태도에 실망을 적잖이 하였다.
공식적으로 이젠 이렇게 하겠다 라고 명확하게 지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없애 버렸으니 이제 니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 인 듯 한데, 그런 신경전을 왜 팀원들하고 하는지 이해하고 싶지 않다. (이 정도면 나도 화가 났다는 점을 인정해야겠다)
그럼 다시 호의와 배려로 돌아가 보자.
호의와 배려는 왜 나온 단어인가? 우리가 이렇게 해 달라고 해서 다른 파트는 안 해 준 걸 니들을 위해서 특별히 해 준 것들이 저것에 포함이 될 것인데, 그렇다면 그 호의와 배려를 품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과한 업무 일정을 군말없이 소화해주는 팀원들의 모습은 당연했던 것인가?
늘 우리에게 하는 말이 공짜로 일했냐는 것인데, 돈 받고 일했고 우리는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맞다.
그럼 당신도 돈 받은 만큼 리더로서 이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한 것 아닌가? 왜 무료봉사인 것처럼 본인만 가진 다른 팀장과는 다른 더 다정한 모습이니 니들이 그것에 대해서 보답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것조차 다분히 감정적인 것 아닌가?
지금 내가 화가 나는 부분은 이것이다.
왜 지금 리더는 이렇게 화가 났을까?
어떤 때는 이런 실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였을 거고, 어떤 때는 못 참는 상황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그 못참는 상황일 뿐인 것인데, 그렇다면 왜 못 참는 상황이 되었을까?
리더도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고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폭발을 해도 혼자 해결을 할 수 없으니 내리 갈굼의 종특이 발현되어 그저 기분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동안 착한 리더에서 못된(?) 리더의 모습을 보이며 나만 기분 나쁠 수 없지, 너도 기분 나빠야 해 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나도 기분이 나쁘다 당연히.
그래서 하루 이틀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리더는 리더이다. 본인이 팀을 그렇게 꾸리겠다고 하면 그저 따르면 된다.
불만이 있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는 것이라면 그런 리더와는 작별을 하는 것이 맞고. (이 말도 팀장이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첨에 화가 났던 부분은
애초에 팀장이 이 회사에 입사를 하고 조직 재정비를 하기 위해 나에게 꽤나 정성을 들이며 조인하기를 요청했었다.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였고, 나도 필요에 의해서 왔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 윈윈을 위해 힘든 과정을 같이 견뎌 보자고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나는 받은 만큼 해 왔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나에게 약속한 공수표들은 모두 날라갔지만, 그외의 다른 것들은 나를 견디게 한 힘이 된 것도 있었기에 (그 중에 리더가 말한 호의와 배려도 있다 분명) 나는 힘든 부분이 있어도 진행을 했다.
그 와중에 나를 불편하게 한 부분이 있었는데, 리더는 팀 세팅을 하면서 본인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을 때 좋은 친구들을 데려온다고 하였지만 내 덕분에 (시장에서 이만큼 몸값을 받지 못할) 당신들이 이렇게 연봉을 받는 것이고, 그리고 나간다고 하여도 이 정도는 힘들 것이다, 라는 말을 은연중에 나에게 계속 하였다는 것이다.
조직원들에게 개인의 발전은 물론이고 조직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알흠답고 궁서체적인 모습을 바란 것은 아니나 그에게서 묻어나는 자조적인 감정이 섞인 팀원들에 대한 그런 평가가 나는 언젠가는 리더를 갉아 먹을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 너무나 빨리 온 것 같아 그것에 나는 화가 난다.
사람이니까 해 준만큼 받고 싶은 건 알겠고, 감정적으로 호의를 가지고 대한 것도 알겠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나는 남들과 다른 호의와 배려가 기본으로 탑재된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더니 이제와서 그것 빼고 의 나를 견디라 라고 하니 당황스럽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리더가 그렇다는데. 빡침의 포인트와 갈굼의 케이스가 더 많아지겠지만 어쩌겠는가, 아니꼬우면 니가 팀장하지 를 실현할 꽉 막힌 꼰대 리더와 함께 일하는데 맞추는 수밖에.
팀 내에서의 내 역할에는 충실할 것이다. 내 선택이고 내 파트원들이 있다.
지금 나는 이런 문제보다 나의 미래의 문제, 나의 네트워크의 문제, 내 앞으로의 커리어의 문제에 좀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업무는 정말 재미가 없고, 내 경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좀더 커지기 전에 슬슬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할 것 같다. 감정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리더의 모습을 견디는 것도 내가 이 회사 이 부서에서 얻는 이득이 더 클 경우에나 가능한데, 여기서 얻는 이득(일에 대한 보람, 성취)이 낮은 상태에서 저런 것까지 견디라는 건 내 자신에게도 못할 짓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생각하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일단 12월까지 고민하고, 실행하자.
12월에 성과급을 받고. 그러자.
그리고 마음은 회사에 들고 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