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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나의 나에게] 본문

시시한 저녁

[나의 나에게]

unloved 2019. 11. 10. 16:32

겨울이 이렇게 오려나보다. 뭐 이미 와 있었는데 미처 눈치를 못 채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찌하였든 갑자기 추워졌고, 나뭇잎들은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회사 업무는 성수기를 시작하여 슬슬 야근을 시작하고 있는데 그래도 작년보다는 정신없는 일들이 줄어 조금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매년 이맘때 느꼈던 나의 성장, 나의 현재,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 때문에 우울해 지는 것 빼곤 말이다. 

연례 행사처럼 이맘 때가 되면 1년을 정리하기 보다는 우울하기에 급급한데 매년 그런 기분 때문에 짜증이 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참 사람의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어렵고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리고 나의 나약함도 매년 어찌 그러한 지 싶고 말이다. 

좀더 경쟁적으로 좀더 도전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각과 삶의 간극에서 괴로워하고, 우울해 하다가 결국 자괴감으로 스스로를 갉아 먹기 일쑤인 삶.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왜 나는 늘 나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일 것일까. 

어디선가 그러더라 자존감을 유지하는 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좀더 자신을 놓아주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고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면서 덜 집중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자존감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 맞다. 세상에서 가장 나의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너무 옭아 맨 것도 나자신이었다. 누구도 나를 비난하지도 비판하지 않고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유독 나만 나라는 이유로 나를 너무 힘들게 하였던 것이다. 놓아 줘 보자, 힘들더라도. 그리고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조금 지켜봐 주자. 설령 그것이 속 답답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지라도 먼저 나서서 자신을 힐난하는 일은 하지 말자. 나를 사랑하고 나를 보듬어 주기에도 짧은 시간이 아닌가. 누구의 애정 누구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보다 우선인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인정과 애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진데, 왜 스스로를 이렇게 작게만 여기고 없수이 여기고 힘들게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금세 또 예전의 공격적인 모드로 자신을 헐뜯을 수 있겠지만 그건 나중 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오늘을 불안에 사는 것도 이제 그만하자.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마냥 우울하거나 불안에 떠는 것 외에. 

내가 이래서 겨울을 싫어하는거다. 

온갖 부정적이고 나약한 것들이 마구마구 튀어 나오는 게절이어서. 춥고 움츠리다 결국 몸이 곱아 버리는 느낌에 스스로를 더욱 옭아 매게 되어서. 눈이 올 때면 잠깐 기분이 좋다가도 지저분하게 녹는 모습에 다시금 우중충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어서. 그래서 싫은 거다. 그리고 왜 유독 겨울에 이런 감정들이 튀어나오는 건지.... 익숙해서 더 짜증이 난다. 

이제 겨울은 시작이고, 시작부터 이렇게 진을 빼면 남은 겨울 내내 힘들 것이므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스스로를 응원하며 지치지 않게 헤매지 않게 묵묵히 견디어 낼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나의 나에게. 

다시 한 번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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