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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타로를 보았을 때, 반 장난 반 진심이었다. 그러나 꼴 좋게 심심하네요, 삶이.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안의 광폭한 신경의 파도를, 내가 진심으로 괴로워하며 인생이란 꽃같은 것이라 죽을 것처럼 괴로워했던 모든 것들이 마구 부정되었다. 그리고 심심하네요, 삶이. 라는 한 마디의 말로 압축되었다. 멱살이라도 잡고 네가 뭘 아냐, 라고 하나에서 열까지 내 인생의 우울했던 나부랭이들을 마구 쑤셔 넣고 싶었지만, 너무나 시원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고 나는 순간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무엇이 왜 처음본 그에게 부끄러웠던 것일까?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그가? 물론 그는 나를 잘 모른다. 그리고 잘 알 필요도 없다. 내가 화가 났거나 부끄러웠거나 그런 것 역시 알 ..
나는 혼자서 잘 먹는다. 식당에 가서도 가족 단위의 네 자리 식탁을 혼자 차지하여 눈총을 받으면서도 마치 1인 가족인 것처럼 잘 먹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처음부터 혼자서 잘 먹은 것은 아니다. 사실 혼자서 밥을 먹을 기회라는 것을 대학교 다닐 때는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으니까, 서로들. 밥 친구란 말이 그래서 있을 터이고. 하지만 친했던 친구들이 유행병처럼 번지듯 휴학을 해 버리고 어쩌다 보니 나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먹는 나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가 아니라 '과'. 마치 없는 사람처럼 숨 ..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긴 호흡으로, 그저 읽는 것에 본분을 다하며, 끗.
변명만 많아지고 있다. 이건 왜 못했냐면. 이 때 왜 그랬냐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나는 쿨한 척, 시크하게,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대범하게 굴었지만, 사실 그게 아니었던 거다. 돌아보면 언제나 변명하기에 급급한 나 자신이 있었고, 그것이 습관화 되어 나에게 고착되었을 뿐. 정말은 나란 인간은 이해받고 싶어 안달이 난 말 못하는 어린 아이마냥 비굴한 종(種)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굴함이야말로 어린 아이의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 아니냔 말이지;;; (변명하지 말라고, 쫌!)
앞으로 또 얼마나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