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시한 저녁 (133)
In watermelon sugar
고관절이 아프다. 다리를 헛짚었는지 왼쪽만 아픈데 지난주에 병원을 가니 측만 얘기를 한다. 뭐 측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염증약이니 주사를 맞긴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측만 치료를 해야한다는데 뭔가 뭔가 그냥 그랬다. 일단 알겠다고는 하고 돌아왔는데 뭐 통증이 다 없어진 건 아니어서 고관절은 계속 아프고 난 좀 슬프다. 아픔이란 건 이렇게 쉽사리 사람을 잠식하는구나. 새삼 위력을 다시 느낀다. 몸이 가진 위력. 몸의 지배력. 몸이 아파서였을까? 평소 참을만했던 일도 못 참고 툭툭 뱉어내고. 그래 몸이 아파서라고 생각하자.
설을 맞아 본가엘 다녀왔다. 어김없이 그곳엔 나의 과거가 있었고 늙으신 부모님이 추레하게 집을 지키고 있었다. 편하지만 슬픈 곳. 슬프지만 편한 곳. 미래가 아닌 과거에 얽매여 자신의 얘기를 하시는 부모님. 지겨운 이야기라고 느끼던 것들이 이젠 쓸쓸한 자장가 같이 느껴지는 건 내가 나이가 들어설까 아니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이 커져설까. 서울에 올라와 저녁을 먹는데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잘 올라갔느냐고. 네 잘 올라왔어요, 하니 걱정되서 하셨다고. 교회 사람들과 노래방엘 다녀왔다는데 내 생각이 나 전화를 하셨다고. 나는 순간 우리 아버지가 노래방엘 가시면 무슨 노래를 부르실까 궁금해졌다. 한 번도 아버지의 노래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구나. 내가 모르는 나의 아버지의 삶. 그냥 노래방엘 갔다왔는데 ..
본가엘 다녀오면 늘 쓸쓸해. 보고 와서 그런지 더 보고 싶고 더 그리워. 안 보고 살 땐 목소리만으로도 살겠더니 한 번 보고 오면 목소리만으로는 못 살겠거든. 마치 당장 내일은 없어질 사람처럼 불안하고 걱정되어서 미칠 것 같은 그런 거. 난 늘 본가에 다녀 오면 그래. 부모의 더 늙은 모습이 화가 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불안함에 잠을 설치지. 참 어리석은 짓인데 내 맘이 내 맘대로 되질 않거든. 그만하자 하며 바보같은 티비 프로그램에 관심을 주기도 하지만 한 번 싹튼 불안의 마음은 좀처럼 뿌리를 뽑기도 싹을 자르기도 힘들어. 그저 속수무책으로 내 머리를 타고 오르는 걸 구경밖에 할 수 없지. 그래서 본가엘 가는 건 그리움 속으로 아늑함 속으로 무진 속으로 나를 이끌어 한 없이 평온함을 선물하..
대체적으로 삶이란 짐작과는 다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나는 삶을 추측하는 일을 그만 두었다. 삶이란 추측되지 않았다. 그냥 일어날 뿐이었다. 김연수,『청춘의 문장들+』
가장 최근 종현을 본 건 주간아이돌. 샤이니 컴백했다고 2배속 댄스 췄던 거였는데. 참 씁쓸하네. 무엇보다 내가 자주 듣는 한숨을 종현이 만들었을 줄이야. 이젠 기나긴 한숨에 침잠하지 말고 편히 쉬시길. 영면하소서 한숨
겨울이 오고 있다. 일어나니 눈이 소박하게 나무 위에 얇게 쌓여있다. 나무보다 차가운 서울 바닥은 눈조차 허락칠 않았다. 나무 위에 앉은 눈을 보고 있자니 설탕가루가 뿌려진 브라우니가 먹고 싶어진다. 그제는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잠을 설쳤다. 무엇때문인지 정말 모르냐고 물으면 확답하긴 어렵지만 일단 해결하기까지가 혹은 해결이 없는 것들이어서 그저 직면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뭐. 그래서 일단 출근이 짜증나고 마음은 사나움으로 차 오르는 느낌이 들어 음악으로 일단 차오름을 틀어 막고 있다. 음악이 주는 위안이 때론 얼마나 나를 살리는 것인지를 이미 경험한 바가 있으니 이번에도 제발 그래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