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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마음 단단히 먹어. 마음 굳건히 먹어. 왜 마음을 먹는다고 표현할까. 나에겐 없는 굳건함을 단단함을 어디에선가 가져와서 내 것으로 가지고 싶다라는 의지를 담은 것일까. 예전 일본 드라마에서 극중 인물이 참을 인 자를 손바닥에 쓰고 흡,하고 먹는 행동을 세 번 하던데 그것과 같은 의미이겠지. 내겐 없으니까 어디선가 있을 그것을 가져다 먹는 거겠지. 일종의 주문처럼 의도적으로 그렇게 자신에게 마법을 걸고 싶은 거겠지. 친구의 문자가 따뜻하다. 힘들지만 마음 굳건히 먹어야 겠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작게만 만드는 것인지. 아무도.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다. 라고는 하지 말고. 그렇게 말해 버리면 내가 버틸 재간이 없으니까. 제발 나 자신이다 라고는 하지 말아 줬으면. 어떻든 가야한다는 건 알고 있다. 마냥 쉴 수 만은 없기에. 그러나 조금 쉽게 조금 맘 편하게 가고 싶다고 바라는 것조차 잘못일까? 물론 지나가겠지. 그러나 내가 먼저 지나간 자리에 가 있을 수 없다면 난 오롯이 나를 사정없이 할퀴고 가는 시간의 손톱을 고스란히 경험해야한단 소린데 난 그게 싫다는 건데 좀만 참아 봐, 좀만 기다려봐, 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당장 내가 지금 죽게 생겼는데. 그러니까 버티라는 말 그렇게 쉽게 하지 마. 말의 감옥에서 몸부림 치는 게 얼마나 끔찍한데. 그런데 정말 나아지긴 하는..
나이가 들수록 게으른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적응이라는 것도 어렸을 때처럼 기민하게 발동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내 삶의 시간 중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인 지금이 그나마 더 쉽지 않겠는가, 자위하며 맘을 다잡는다. 힘내라! 나! 씩씩하게!
진심으로 타인(가족을 포함하여 누구든)의 행복을 기뻐해 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보통의 말처럼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질투도 시기도 없이 타인의 행복을 빌고 기뻐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내가 남보다 더 행복해야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나의 마음을 얼마나 갉아 먹는 해충이란 말인가. 진심으로 슬퍼하며 얼굴을 가누지도 못하여 완전히 표정이 내려앉은 울음을 울어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안다면 그 반대인 기쁨의 순간도 그러하리라. 욕망의 현신 질투의 화신 어글리한 모든 것의 총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그게 지금 나다. 이런 추악한 내 모습을 들키기 전에 얼른 고이 잠들었으면.
누가 뭐라지 않는데도 주눅이 드는 나이는 몇 살일까? 어른들에 짓눌리는 나이 십대 선배들에 짓눌리는 나이 이십대 후배 선배들에 짓눌리는 나이 삼사십대 도대체 주눅이 안 드는 나이가 없네? 그런데 우린 그리고 나는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느라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걸까? 그래 다시 되돌아 올 지언정 가 보자. 가서 아니면 힘들더라도 돌아오거나 아니면 또 계속 직진하던가. 어차피 한 번인데 테마게임처럼 다 경험할 순 없지. 그래. La La
자신의 삶에 있어서 여유를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려고, 라고 말은 했지만 시시때때로 치솟는 불안함은 다루지 못해 끌려 다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초조해 한들 소용이 있는 게 아니다. 소용이란 게 어디에 소용인지도 모르겠고. 의식적으로든 하이-하이- 얼굴의 만들며 하이-하이- Long vacation 세 나 : 저기... 이런 식으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긴- 휴가'라고.... 미나미 : '긴- 휴가'? 세 나 : 난 말이죠. 언제나 분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 있잖아요. 뭘 해도 잘 안될 때가요. 뭘해도 안되는 그럴 때, 그럴 때는 뭐랄까.....말투는 좀 이상해도 신이 주신 휴식이라고 생각해요. 미나미 : '긴- 휴가' 세 나 : 언제나 분발할 필요는 없다고..
인생은 실전. 두 번 산 사람은 없다. 그런데 가끔 어떤 사람은 그런다. 프로답지 못하고 아마추어처럼 왜 그러냐고. 프로라니. 우습다. 마지 몇 번 인생을 산 사람처럼 말하네. 뭐가 프로지? 뭐가 아마추어고? 본인들의 잣대가 마지 대단한 것처럼 윽박지르는 것도 웃기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인생은 실전이고 한 번 밖에 못 사는 건데 정말 허세들은. 난 아마추어고 그래서 언제든 흔들릴거다. 흔들릴 때 흔들리지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프로라니. 프로라니. 각자 인생 사는 건데 서로 터치도 비난도 비웃음도 웃기기 않나요?
마음이 무겁다. 삶이 무거워서일까.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다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고. 잠을 못 자니 생각도 또렷하게 하기가 힘들다. 삶이 내 뜻대로 세상이 내 맘에 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내 편을 들어 주었음하는 바램을 갖고 다들 살아가니까. 누군 그걸 희망이라고 하는데 그 희망이 이루어지길. 고문만 하지 말고. 모처럼 새벽에 일어나 강남에 나오니 이렇게 한산한 강남도 처음이라 생소하다. 시작하는 아침. 시작하는 삶.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물론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 삶이 가장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