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팔을 끼우고> 본문
면접을 보기 시작하였다.
면접이란 모름지기 나를 회사에게 파는 행위이다. 요즘 취업난을 보더라도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더 싼 가격에 더 나은 사람을 데려다 놓고 싶어하고, 구직자는 어떻게든 최대한 비싸게 팔리게 자신을 포장하고 또 포장한다.
경력직 면접이라 아니다 싶으면 그냥 마쇼, 하고 돌아오는 곳도 있지만, 그렇게 호기롭게 쏘아 주고 나와도 돌아오는 길은 늘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경력직의 경우 농담으로 다들 추천이나 인맥이 없인 힘들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본인이 지원해서 면접을 보는 경우에는 아무리 서류에서 스펙 및 경력을 확인했다손 치더라도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며 나 자신이 후려침을 당하는 것이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으로서는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뽑겠다는 건지, 아니면 뽑을 맘이 없는데 니가 왜 안 뽑히는 걸 확인시켜 주고 싶은 건지, 알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일명 빡센 면접을 두 번 보고 나선, 이런 생각도 든다.
여기서 만약 오라고 해도 내 이 기분 나쁨이 상쇄가 될까? 상쇄가 되지 않을 것 같으면 안 가는 게 나을까?
나는 늘 선택을 하는 순간까지는 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선택을 하고 나서는 후회를 안 하는 편이다. 그저 나라는 사람은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차피 당시의 나로 돌아가도 어차피 지금과 똑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후회 대신 후회를 상쇄시킬 또 다른 선택을 얼른 찾아 보겠지.
각설하고,
세상에는 나의 가치를 나의 존재를 후려치려는 사람이 드글드글하다. 내 가치를 후려쳐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서 그들이 얻는 게 무엇일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게 재미있나? 즐겁나?
마치 어린아이 장난처럼 괴롭히고 싶나? 뽑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맞지 않으니 돌아가십시오, 해도 아무도 뭐라지 않는데, 굳이 악취미도 아니고 실랑이를 벌이며 바닥까지 내 모는 심리는 악취미라고 밖에는 생각이 되질 않는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바닥에 철푸덕 넘어져 있는 내 겨드랑이 양쪽에 팔을 끼우고, 벌떡 세워서 몸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 다 되었다, 먼지 다 떨어졌네? 자, 이제 가자!
하고 내 손을 잡아 같이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