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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뭐 별 건 없겠지만 본문

시시한 저녁

뭐 별 건 없겠지만

unloved 2015. 4. 20. 11:29

출근길에 7호선 광명역에서 누군가가 출입문을 건드려 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 차간 간격 조정 때문에 그 앞차 였던 내가 탔던 열차가 꼼짝없이 멈춰 서고 말았다.

비가 오는 월요일. 어제께는 일요일. 하루 종일 머리가 아파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두통과 싸우다 자다 싸우다 자다 겨우 기어 나왔는데 비는 여전히 오고, 열차는 사고로 멈추고. 뭐 이런 짜증나는 하루의 시작이 다 있는지... 라고 평소라면 생각하겠지만 이상하리만치 아무렇지가 않고 (아 다만 다쳤던 다리과 허리는 아프더라. 아무래도 오래 서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저 아 조금 늦겠구나 또 회사 상사에게 이러저러하여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짜증 섞인 문자만 보냈을 뿐. 

열차가 정체될 수록 지하철 역에는 사람들이 쌓이고, 쌓이는 사람들 간 사이는 좁아져 한정적인 공간 안에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서서 젖은 우산이 내 다리, 네 다리에 닿지 않게 하려고 끙끙 애를 쓴다. 하필 오늘 같은 날 비가 와서는, 아니지 아 하필 월요일에 사고가 나서는, 아 아니지 월요일 출근길에 비도 오고 사고까지 나서는 사람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냔 말이다. 라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자니 뭔가 내가 내 삶을 내 것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관 안에서 몸을 일으켜 씻고, 옷을 입고,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고, 밀린 지하철에서 겨우 내려 버스를 타고, 아무도 반기지 않는 회사에 일단 집어 넣는다. 6시 이전까진 나오지 못하겠지만 일단 집어 넣고 본다. 

하루하루 이렇게 그저 그렇게.

벌써 4월이네. 시간 참 빨리 간다. 뭐 했냐, 그동안, 나?

아차차 올해가 가기 전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 뭐라도 좀 해 볼까?

그러기 전에 일단 배가 좀 고픈데 뭐라도 먹고 시작해야겠네.

그래 일단 먹고 보자구. 

그래 일단 먹고 보자.

뭐 별 건 없겠지만 

그래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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