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발신 번호 표시 제한 오전 1:53 본문
고단한 잠을 자고 있는데 잠결인지, 꿈결인지, 전화기의 진동이 호들갑스럽게 나의 잠을 깨우고 있었다.
새벽이었고, 잠은 채 깨지 않은 상태로 얼핏 액정을 보니 발신 번호 표시 제한의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이라니, 장난 전화인가 싶었다.
요즘은 발신 번호 표시 제한으로 장난 전화도 많이 온다고 하니, 그 짧은 순간에 대충 무시하고 다시 잠을 이어갔다.
아침 알람에 깨니 부재중 통화 1건.
그런데 발신 번호 표시 제한.
뭐지?
아 새벽에 온 전화이구나.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아주 오랜만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제 막 사랑을 끝낸 터라면 잊지 못한 옛사람인가 하면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착각을 하기도 할 텐데 그런 관계의 사람이 없어진 지 아주 오래 전이라 웃기고 있다 진짜, 하면서 풋 자신을 비웃고 말았다.
그럼 누구일까?
김미경 씨일까?
신종 스팸인가?
궁금하다.
그런데 그 궁금함의 실체를 알고 싶진 않다.
궁금한 내 자신이 좋고, 그래서 오히려 발신 번호 표시 제한이 재미있는 지금 순간이 좋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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