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일찍 일어나 본 일요일 본문
목요일 회사에서 분기별 발표가 있었는데 그 발표란 것이 임원진들에게 분기별 평가를 받는 자리로 16개 팀이 10분씩 진행하는 것이어서 오후 시간은 오롯이 그 회의에 뺏기는 정말 치가 떨리는 시간이다.
나중에 퇴사를 할 때 면담을 한다면 기필코 저것 때문이었다고 말해야지, 할 정도로 싫다.
여하튼 그 보고를 끝내고 금요일에는 대체 휴가를 내었다.
하루종일 잘 잤고 오랜만에 잘 쉬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지금.
나는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오후에 일어난다. 오후 6시에 일어나 밥먹고 다시 자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후 1시면 깨는데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좀처럼 먹지 않는 아침도 먹었고 모닝 빨래도 두 번이나 돌렸다.
밀린 설겆이와 함께 일요일마다 하는 재활용 쓰레기도 모두 수거를 하고 나니 그래도 오후 1시.
그 동안 내가 잠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시간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놀랍다.
그렇다고 그 소중한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게 아깝지 않느냐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충일감? 충실함? 그것이 생산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다양한 것이든 아니든 그 시간 안에서 나는 후회없이 잘 보냈다 한다면 그게 잠이든 집안 일이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 느낀 건 정말 의외로 많은 걸 할 수 있구나, 순수한 놀라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다.
두 번의 빨래를 모두 착착 널고 이상하게 종종 따라다니는 호림이 배를 북북 긁어준 다음에 백만 년만에 책도 읽었다.
안자이 미즈마루를 읽다 진도 나가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사노 요코 씨의 사는 게 뭐라고 를 꺼내 들었는데, 안자이 씨도 그렇고 사노 씨도 그렇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그렇다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얘길 읽자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떤 거냐 물어도 더 이상은 답을 할 수 없는 색다름이다.
사는 게 뭐라고는 읽으면서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아흔 넘게 사시면서 꼬장꼬장한 성격은 전혀 늙지 않아 늘 억울해하고 화를 잘 내셨던 분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사노 씨와 어떠한 부분이 닮았다.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전혀 우울하지 않게 하루하루 된장국에 고기 요리에 몰두하는 모습을 글로 써서 그런가 책의 어느 곳에서도 죽음은 감지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암이다, 그래서 머리가 매일 빠져서 찍찍이로 붙여서 청소한다 와 같은 문장에서 아 맞다 암이었지 하고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삶이란 그냥 이런 거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먹고 졸고.
나중에 퇴사를 할 때 면담을 한다면 기필코 저것 때문이었다고 말해야지, 할 정도로 싫다.
여하튼 그 보고를 끝내고 금요일에는 대체 휴가를 내었다.
하루종일 잘 잤고 오랜만에 잘 쉬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지금.
나는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오후에 일어난다. 오후 6시에 일어나 밥먹고 다시 자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후 1시면 깨는데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좀처럼 먹지 않는 아침도 먹었고 모닝 빨래도 두 번이나 돌렸다.
밀린 설겆이와 함께 일요일마다 하는 재활용 쓰레기도 모두 수거를 하고 나니 그래도 오후 1시.
그 동안 내가 잠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시간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놀랍다.
그렇다고 그 소중한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게 아깝지 않느냐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충일감? 충실함? 그것이 생산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다양한 것이든 아니든 그 시간 안에서 나는 후회없이 잘 보냈다 한다면 그게 잠이든 집안 일이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 느낀 건 정말 의외로 많은 걸 할 수 있구나, 순수한 놀라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다.
두 번의 빨래를 모두 착착 널고 이상하게 종종 따라다니는 호림이 배를 북북 긁어준 다음에 백만 년만에 책도 읽었다.
안자이 미즈마루를 읽다 진도 나가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사노 요코 씨의 사는 게 뭐라고 를 꺼내 들었는데, 안자이 씨도 그렇고 사노 씨도 그렇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그렇다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얘길 읽자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떤 거냐 물어도 더 이상은 답을 할 수 없는 색다름이다.
사는 게 뭐라고는 읽으면서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아흔 넘게 사시면서 꼬장꼬장한 성격은 전혀 늙지 않아 늘 억울해하고 화를 잘 내셨던 분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사노 씨와 어떠한 부분이 닮았다.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전혀 우울하지 않게 하루하루 된장국에 고기 요리에 몰두하는 모습을 글로 써서 그런가 책의 어느 곳에서도 죽음은 감지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암이다, 그래서 머리가 매일 빠져서 찍찍이로 붙여서 청소한다 와 같은 문장에서 아 맞다 암이었지 하고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삶이란 그냥 이런 거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먹고 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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