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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본문

2umlaut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unloved 2016. 10. 16. 22:25

그렇다, 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음, 마음에 든다. 나는 그 대범함에 마음이 이끌렸다. 다이내믹하고 서글서글한 맛이 상상된다. 내일도 봐야지. 왠지 어떤 요리든 손쉽게 만들 것 같다. 일본인은 이 언니에 비하면 너무 진중하다. P.31

아,앞으로 몇 년이나 내 힘으로 돈을 찾을 수 있을까.
비록 속도는 느릴지언정 혼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자. 지폐를 지갑에 넣고 명세서를 보았다. 명세서를 보려면 돋보기 안경을 꺼내야만 한다.
아, 돈은 줄어들기만 한다. 조금이라도 일을 해야겠다. P.33

언젠가 노노코에게 왜 그리 못되게 구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노노코는 이렇게 대답했다."내가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게 아니잖아. 내가 못된 게 아니라, 병이 못된 거야."
자식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전혀 기대지 않는다. 의지가 안 되는 자식들이 아닌데도,"그 애들한테는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까. 나는 페페오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잖아"라고 말한다. 이렇게나 당당한 장애인은 노노코 말고 없다. P.70

"엄마, 인기 많았어?"
"그럭저럭." 정말일까?
"나 예뻐?"
"넌 그걸로 충분해요."
또다시 웃음이 터져버렸다.
엄마도 따라 웃었다.
갑자기 엄마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여름은, 발견되길 기다릴 뿐이란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엄마, 나 이제 지쳤어. 엄마도 아흔 해 살면서 지쳤지? 천국에 가고 싶어. 같이 갈까? 어디에 있는 걸까, 천국은."
"어머,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던데." P.109

그 나라는 미국을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툭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미국으로 사라지고, 미국에서 돌아온다. 실수로라도 일본으론 유학 오지 않는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그렇다.
어째서 그 나라는 미국을 그처럼 좋아하는 것일까. P.121

엄마는 매일매일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사람이 아닌 존재로 변해간다. 엄마는 치매에 걸리고 나서 고와졌다.
신기하게도 기품마저 생겼다.
치매에 걸리기 전 엄마는 난폭하고 거친 데다 기운이 넘쳤다. 그때 나는 엄마의 옹고집 때문에 괴로웠다. 엄마가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자, 비로소 엄마를 용서했다. 정상일 때 옹서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사람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왠지 나만 이득을 본 것 같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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