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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아, 엄마 보고 싶네. 본문

시시한 저녁

쓰다 보니 아, 엄마 보고 싶네.

unloved 2015. 3. 17. 10:45

요근래 백화점을 자주 가게 되었다. 물론 나의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뿐더러 기분 좋은 선물도 아니었기에 조금 씁쓸한 그런 방문이었다.

각설하고 신세계 강남은 회사와 가장 가깝단 이유로 단골? 백화점이다. 나에겐.

선물을 사기 위해 퇴근길에 백화점엘 들르니 언제나 그렇듯 손님들은 바글바글 봄 정기 세일이 있어서 더욱 그러한 것이었는데, 선물을 사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1층에서 팔짱을 끼고 쇼핑을 하는 모녀를 보게 되었다. 

서울은 참 좋은 곳이다. 저렇게 엄마랑 쇼핑을 할 수 있는 백화점도 있고 말이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집에 계신 모친이 절로 떠오른다.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드니까 이런 말을 하는 선배들 어른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아, 나이가 드니까.. 이런 말이 나오게 된다. 진짜. 그러니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거 아냐.ㅎㅎㅎ

여하튼 내가 나이가 드니까, 라는 상용 어구를 가장 많이 사용할 때가 바로 부모님 생각이 들 때이다.

어렸을 땐 20대 땐 저런 것을 보면, 아 좋겠다. 엄마가 옷도 사주고. 하면서 가볍게 넘겼는데. 요즘은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 좋겠다 엄마랑 쇼핑도 할 수 있어서. 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무엇을 해 주는 것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무엇을 하는 그 시간이 나는 미치도록 부럽다. 이 미치도록이 뭔가 과장된 느낌이라고 혹자는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미.치.도.록이 맞다. 오히려 사무치게 라는 말을 쓰려고 한 것을 조금 눌러서 미치도록이라고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까.

차 멀미가 심해서 원거리 드라이브는 아서아서, 하시는 어머니. 

그 덕분에 어디 여행이라도 갑시다, 하는 말은 가족 누구도 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친구분들과 여행을 다니시고, 나는 나대로 내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고.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을 간 적이 한 번도 없었지. 아마.

서울 생활도 이제 몇 해만 지나면 20년.

아직도 서울은 나에게 배타적이고, 곁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지하철에 남은 혼자 앉기도 뭣하고, 안 앉으려니 다리가 아파 아, 거 같이 갑시다.. 하며 뻐뻔하게 좁디 좁은 자리에 엉덩이를 밀어 넣고 앉은 느낌이랄까? 양 옆의 사람들은 마치 자기 자리를 내어 준 것처럼 불쾌해하며 절대로 나를 편하게 가게 하지 않겠다는 듯 나를 더 좁게 좁게 만들어 목적지까지 나는 숨도 못 쉬고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런 느낌이다. 서울은. 아직. 나에게.

이런 서울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면서 아, 외롭다 라고 생각이 들면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볼까, 혹은 이성인 사람을 만나 볼까 생각을 하던 것이 이십 대였다면, 지금은 아, 엄마 생각. 아 아버지 생각을 하는 것이 삼심 대. 바로 지금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 나이가 드니.. 라고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나의 나이 먹음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고 말이다.

시골의 아이들은 그래서 더욱 불쌍하다.

나의 경우에는 고등학교를 기숙 학교 생활을 했기 때문에 16세에 부모의 곁을 떠나 한 번도 그 품에 다시 안기지 못했다. 엄밀하게 내 인생 16년만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고, 생활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아이들은 어디로 갈 필요도 없고,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라, 서울에서 시집을 가니 참 얼마나 긴 시간을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냔 말이다.

회사 생활, 학교 생활 모두 짜증나고 지칠 때 마냥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싶을 때에도 전화를 붙잡고 통곡을 할 수 없어 울음 참는 목소리로 밥 먹었냐 묻고 끊는 시골 아이들의 애정 결핍을 서울 아이들은 모를 테니까. 시골 아이들은 참 불쌍하단 말이지.

참. 불쌍하단 말이지.

쓰다 보니 아, 엄마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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