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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휘청이는 것> 본문

시시한 저녁

<휘청이는 것>

unloved 2019. 6. 13. 10:26

사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거대한 화두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지금 숨을 쉬는 것을 두고 삶이라고 하기에 나는 늘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 시도때도 없이.


이번 주 월요일에 이전 회사 지인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그다지 친한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에 문상을 가는 동료에게 조의금을 같이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가족의 어깨 수술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이야 간단하다고 한다지만(이미 한 번의 경험도 있어서 더 그런 것일까 싶고) 재활을 하는데 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은 관둔다고 하였다. 
심란했다.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이기도 하지만 아프다는 이야기는 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그리고 가족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집을 떠나온 초반에는 반가움의 대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아마 가족의 부고를 듣고 난 다음이겠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전화가 올 때마다 한 번에 받지 않고 한 번 숨을 가다듬고 받는 버릇이 생겼던 것이다. 마치 안 좋은 소식이어도 최대한 의연하기 위한 나름의 방어기제랄까.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일을 관두고 쉬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당장 수술을 한 후에 조카의 이사를 도와야 한다는 점 등이 걸렸겠지. 자맷님의 용건은 그것이었다. 조카의 이사를 도와달라는 것. 뭐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길게 이야기를 하는 미안함은 알겠지만 그게 또 뭐 그리 어려운 말이라고 휘휘 돌려서 이야기를 하는지 나는 자맷님의 성격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본인은 미안해서라고 하지만 그럼 그렇다고 부탁을 안 할 것도 아닌데 그럴거면 그냥 본론만 말을 하지, 싶다. 
여하튼 이사야 큰 문제는 아니니 당장 수술 준비나 재활에만 전념하라고 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일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었으면 이제까지 몇 개를 까 봤고 남은 게 몇 개 정도 있으니 남은 인생 그 기쁨 소식이 언제 열릴지 기대하면서 사는 것도 좋으련만, 그렇게 쉽지가 않지, 보통, 인생.
아침 출근길에 자맷님의 수술 전화는 나의 기분을 한껏 가라앉게 하였다. 
우연찮게 오늘 출근길에 문득 인생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류의 칼럼을 읽으며 그래 이제라도 뭐 새롭게! 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다짐을 하면 뭐하나, 오늘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르는데, 지구가 무너진대도 놀랍지 않네' 라며 비웃고 오던 차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혀 예상치못한 전화가 왔고, 나는 여지없이 흔들렸다. 연약한 존재여.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어서 전혀 새롭진 않다. 이런 나의 마음의 흔들림이.
정확하게 더 유난스러워진 건 지난 5월부터였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성인 아토피를 앓고 있는 나는 여름이 되면 손부터 두드러기가 시작된다. 간지러움과 함께.
지난 5월 엄마의 생신을 맞아 가족들이 모였는데, 오빠가 아토피 증세가 시작된 나의 손등을 한참 쳐다 보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렸을 때 내가 너를 데리고 쓰레기장 옆에 기지를 만들어서 놀러다니곤 했었는데 그 때 그런 데를 다녀서 니가 피부병이 걸린 건 아닌가 싶어 내가 마음이 안 좋다. 라는 것이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전혀 관계 없거든? 언젯적 이야기를 하는겨? 하고 웃어 넘겼는데 이상하게 내 손을 보던 오빠의 그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애 아빠가 된 사람의 눈에 아직도 어렸을 적 철없는 동생의 애틋함이 보여 생경스럽기도 하였고, 또 슬프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따뜻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였던 것 같다. 나의 이 시도때도 없는 휘청이는 마음은. 왠진 모르겠지만 나는 감정 컨트롤을 하는 데 더 미숙해진 기분이다. 그리고 불안하다.
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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