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여하튼 생일> 본문
생일이다.
생일은 우울하거나 기분이 무거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정말 사람이 무던해지긴 하나보다.
아무렇지도 않다. 생일인지 그 날이 무슨 날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여느 때와 똑같은 날이 시작되었을 뿐.
친구들의 가족들의 축하도 응. 그래 고마워. 정도이고. 우울하지가 않다. 그래서 참 기분이 나쁘지 않달까.
생일 거 뭐라고.
내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늙은 날인데, 나는 좀 의젓해졌나 모르겠다.
앞으로의 생을 생각하면 오늘이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 중 가장 어린 날이라고 말장난을 치고 싶지만, 뭐 어쨌든 생일.
나는 좀더 가볍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걱정이 많고, 걱정이 많다보니 불안함도 많고, 불안함이 많다보니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자다 보니 몸도 안 좋아지고. 누가봐도 몸과 마음의 연쇄작용이 명징하게 드러나고 있어 아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사람이다 보니까 그게 맘대로 안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걱정을 하고 있고 걱정을 하면서 불안해 하고 있고, 불안해 하다가 또 잠을 못 자고 있고, 잠을 못자다 또 몸이 안 좋아지고 있고.
답은 알고 있으나 제대로 풀지를 못하고 있달까?
여하튼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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