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우는게 쉽지> 본문
때 이른 여름이 온 것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비가 온다. 호들갑스럽게 막 타오르는 여름 감성을 자제시키듯 한번 꾹 눌러주는 비다.
봄비라고 하기엔 뭔가 을씨년스럽고, 여름비라 하기엔 소박하다. 춥고 바람도 분다. 며칠 전 폭염이 거짓말 같다.
새벽의 빗소리에 잠을 깼다. 잠귀가 밝은 편은 아닌데 빗소리에는 제법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빗소리는 잘 듣는다.
투둑투둑투둑. 보슬 내리는 비가 아니었다. 툭툭. 땡감이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오는 비. 새벽에 잠 깨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결국 비 때문에 깨고 말았다. 눈까지 뜨면 잠은 다 잤다. 그래서 눈은 감은 채 끊어진 잠의 끈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무슨 꿈을 꾸었더라, 누가 나왔나. 내가 꿈을 꾸긴 한 걸까, 잠을 다시 청하려면 머리를 비우는 게 좋은데 오히려 정신이 사납게 꿈에 집착하고 있다. 비는 계속 투둑투둑이고, 나는 이미 잊은 꿈자리를 찾아 쓸데없이 헤매고 있다.
날씨 탓일까.
새벽이 가고 아침이 왔다.
아침부터 마음이 꽤 무거웠다. 툭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특별히 슬픈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울적한 마음이 새벽부터 이어져서 그런 것이겠거니 할 뿐이다. 회사에서도 이런 기분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기분에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텐션을 한껏 올려보았다. 그래야 평소의 나인 것처럼 겨우 보일 정도였으니까.
엄마가 보고 싶었다. 비가 오는 날은 엄마는 쉬는 날이니까. 내 기분이 어떤지 귀신같이 아는 사람이니까, 엄마는.
엄마 앞에서는 솔직하게 기분 이야기를 하며 어리광을 피울 수 있으니까.
그래도 엄마는 받아주니까. 그러니까 엄마는.
그런데 우리 엄마는 기분이 슬플 때 누구한테 말하지?
엄마는 엄마가 없는데, 누구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