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실내 사이클> 본문
운동을 하도 하지 않아서 친구가 실내 사이클을 한다기에 그래? 하면서 반신반의하며 사 버렸다.
1개월이 지나면 중고나라에 나올 지도, 아니면 수건 걸이로 아름답게 변신을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현재까진 어떻냐 라고 물으면 아주 잘 타고 있다.
한 2주?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하루에 300칼로리를 태우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데, 빨리 달렸다 쉬었다 또 빨리 달렸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한 30분을 타니 300 칼로리를 소진한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은 건 땀이 진짜 비오듯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땀을 흘릴 일이 없었는데, 사이클을 하면서 조금 힘은 들어도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상쾌한 기분을 나에게 선물하고 있어서 사이클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지겨워하지 않고 잘 타고 있는 자신에게도 칭찬.
친구는 티비를 보면서 달린다는데, 나는 티비 앞에 두고 달리긴 하지만 고향 집을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읍내까지 거리가 족히 4킬로가 되는데, 300 칼로리를 태우니 한 번 왕복하면 딱이었다. 그래서 아 지금 집에서 나서면 동구밖 버스 정류장, 한골, 자차모티, 요성, 그리고 읍내, 읍내의 십자정거리에 도착하면 더 지체할 것도 없이 back. 집으로 자전거 머리를 돌리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은 벚꽃길로 가 보고 싶어 벚꽃길로 방향을 틀어본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꽃과 나와 바람만이 거리를 독점하며 나는 달린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참 좋다. 숨이 턱까지 차 올라 목이 마르지만 기분은 참 여전히 좋다. 그리고 동네 동구밖까지 와서는 쉬엄쉬엄 동네를 들어선다. 동네 한 가운데 우리 집까지 가려면 동네 회관의 얕은 둔턱이 가장 큰 고비. 나는 지쳤지만 그래도 집에 가서 쉬고 싶으니까 마지막 스퍼트. 그리고 집에 도착한다. 엉덩이가 얼얼하다. 땀은 비오듯. 씻자. 그리고 눕자.
오늘도 정말 힘든 하루였지. 뭐 참을라치면 이 정도야 뭐 예전에도 있던 일이라 참을 수 있겠지만 그게 능사는 아니라는 걸 알기에 참지 않아 보았다. 새로운 곳에서 엉망으로 흐트러진 프로세스가 없는 것이 프로세스였다는 곳에서 프로세스를 정립하려니 무척이나 힘들다. 그 프로세스를 사람과 함께 하려다 보니 더더욱 힘들고. 그래서 힘든 하루, 힘든 날들의 연속이지만 실내 사이클로 땀을 흘리며 고향 길을 달리다 보면 잠시나마 힘듦의 시간을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씻으면 끝.
매일 이렇게 일기를 남기고 있다는 것도 내게는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고. 얼마만의 근면한 일기란 말인가. 후훗.
언제 이 다짐과 결심이 흐트러질 지 알 수 없지만, 거 봐라 내 이럴 줄 알았지, 얼마 안 가서 지칠 줄 알았어, 라고 스스로를 비웃을 지도 모를 지언정, 어쨌든 지금은 하고 있고, 이런 시간이 나는 싫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 아닌가?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