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atermelon sugar
<내가 가진것> 본문
직장인의 가장 큰 괴로움은 불안에서 기인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다. 아주 맞다.
능력에 대한 불안, 인정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 관계에 대한 불안.
불안 때문에 괴롭지만 또 불안이 없으면 불안이 없어서 불안해 한다.
적당한 긴장감은 건강에 좋다고 하더니, 그놈의 적당함은 누가 판단해 주냔 말이다.
나 자신이 그걸 컨트롤 할 수 있으면 애초에 이런 괴로움도 없었겠지.
나는 이직을 했다.
그리고 다시 또 이직을 했다.
업종을 바꿔 보았다가 다시 이전 업종으로 돌아온 것이다.
다시는 이쪽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왔다.
돌아옴에 대한 것에 대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호기롭게 집을 나간 아들이 결국은 더 나은 삶을 찾지 못해서 다시 귀향한 것처럼 나는 나자신의 선택을 그렇게 폄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힘들었고, 불만족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이 불만족이 과거형이 되기까지 스스로를 또 얼마나 괴롭힐까?
힘든 성격이야, 힘든 성격.
알고 있다. 그런데 어쩌겠나 이게 나인 것을.
새로운 길은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니까 좋다. 그런데 익숙한 길은 내가 닦아 놓은 시간들이 있어서 덜 불안해서 좋다.
내가 가진 것.
이것에 대해 나는 좀더 자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는 덜 불안할 것이고, 덜 괴로울 테니까.
아 다시 돌아와서 좋은 게 하나 더 있다.
한동안 쓰지 못했던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것.
괴롭기만 하고 그 괴로움이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 줄도 모르고 살던 1년. 그런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책도 다시 읽어야지.
이게 내가 좋아하던 삶이긴 했지. 늘 불안에 떨며 치열했기에 그 치열함의 멀미를 다스려 줄 책이 있어서 나는 행복했었다. 힘들 수록 책에 집착했고, 읽었었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게 된 것도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새로운 경험이 나를 좀더 성장시켰고, 나는 그 성장의 시간을 거름으로 다시 나아가겠지.
그리고 다시 읽고, 다시 쓰겠지.
또 말도 걸겠지. 나 자신에게.
"괜찮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