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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본문

2umlaut

편의점 인간

unloved 2017. 2. 25. 21:18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게 민폐였고, 그 오만한 태도가 성가시게 느껴졌다.
P.70

이곳은 강제로 정상화되는 곳이다. 이물질은 바로 배제된다. 좀 전까지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불온한 공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가게 안의 손님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늘 사는 빵이나 커피를 사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P.75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 초등학교 시절의 그때처럼 조금 물러나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그래도 어딘가 호기심이 섞인 눈길만은 기분 나쁜 생물을 보듯 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P. 98

"이것 봐요.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예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얼마든지 간섭하죠."
P.125

여느 때라면 내일 근무를 위해 먹이를 먹고 잠을 자면서 내 육체를 조절할 때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내 몸은 편의점의 것이었다. 그런 처지에서 해방되자,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져버렸다.
P. 170

아무래도 나와 시라하 씨는 교미를 하지 않는 게 인류에 합리적인 모양이다. 해본 적이 없는 성교를 하는 것은 어쩐지 불쾌하고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안심했다. 내 유전자를 무심코 어딘가에 남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죽을 때까지 갖고 다니다가, 죽을 때 처분하자. 그렇게 결심하는 한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그때까지 나는 무엇을 하면서 지내면 좋을까?
P.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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