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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내 마음이지만> 본문

시시한 저녁

<내 마음이지만>

unloved 2019. 7. 29. 22:05

참 이상하지? 맘이란 것이 부리고 싶은대로 부릴 수가 없어 무진장 화가 나다가도, 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치욕스럽다가도, 정말 너무나도 슬프고 힘들다가도, 어처구니없이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다시 잠잠해지니, 참 맘이란 것은 종 잡을 수 없는 것이렷다.

그런 와중에 요즘은 어떠한고하니 다시 불끈불끈 화가 치미는 것이 좋지만은 아니하다. 하긴 생각해보면 아무런 고민도 근심도 없이 잠을 잘 자는 날에는 마음을 이해하려 글을 쓰질 않으니 나의 시시한 저녁은 어쩌면 늘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슬프거나 혹은 불안하거나의 부정적인 혹은 약해진 마음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바삭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을 부여안고 또 글을 남긴다. 나중에 두 번은 보지 않을 글들이라며 스스로를 자위하며 말이다. 

나는 왜 현재를 살지 못하나. 내일이 없는 삶이라고 입으로는 잘도 떠들고 다니지만 한 번도 현재를 만끽하지는 못하였던 듯하다. 너무나 행복한 순간에도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거란 불안함에 떨어야 했으니까. 어쩌면 참 가여운 영혼이라고 할 수 있다. 일요일이 가기 전 아 내일이면 월요일이구나 하며 남은 일요일도 만끽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영혼. 그게 바로 나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대범해지기가 힘들다. 내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에 아직 일어나지 않을 고통과 슬픔들에 나는 이미 잠식당해 허우적거리고 있다. 왜 벌써 쓸 데 없이 힘을 쏟고 있냐고 누군가는 한심하게 보겠지만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럴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옆에 와 있고, 내 등허리를 감싸 안고 눕고, 같이 자자고 달려드는 것을 어찌하란 말이냐 말이다. 이렇게 불안해 떨 바에야 그냥 싸우고 말겠어요, 하는 게 내 마음이기도 하다. 그 싸움이라는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 이렇게 까불지 못할 텐데 말이다. 

소멸과 상실. 한 없이 깊은 슬픔이 나를 채울 텐데, 너 뭐 무슨 객기로 덤비냔 말이다. 

그저 괴롭히면 괴롭히는대로 시달려 주는 것이 더 나은 것일지도 모르리라. 그 괴로움에는 상실과 소멸은 없을 터이니 아직까진. 그렇다면 제법 버틸 만도 하고 말이다. 잠도 못 자는 괴로움의 밤에는 이렇게 한바탕 써 갈기면 그래도 한결 나아진다. 나조차 다시 읽지 않을 글들. 새벽 감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감정의 찌끄레기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작은 위로를 얻으니 이거라도 어디냐 싶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니.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다. 또 이렇게 널을 뛰는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해지길 기다리면서.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게 버티는 것과 기다리는 것, 두 가지 뿐이라니 참 내 마음이지만 너무하다 싶다. 

참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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