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침을 해도 혼자 (191)
In watermelon sugar
생일이다. 생일은 우울하거나 기분이 무거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정말 사람이 무던해지긴 하나보다. 아무렇지도 않다. 생일인지 그 날이 무슨 날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여느 때와 똑같은 날이 시작되었을 뿐. 친구들의 가족들의 축하도 응. 그래 고마워. 정도이고. 우울하지가 않다. 그래서 참 기분이 나쁘지 않달까. 생일 거 뭐라고. 내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늙은 날인데, 나는 좀 의젓해졌나 모르겠다. 앞으로의 생을 생각하면 오늘이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 중 가장 어린 날이라고 말장난을 치고 싶지만, 뭐 어쨌든 생일. 나는 좀더 가볍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걱정이 많고, 걱정이 많다보니 불안함도 많고, 불안함이 많다보니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자다 보니 몸도 안 좋아지고. 누가봐도 몸과..
8월이다. 덥다. 많이 더운 것 같다.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 들렀다. 주말이라 사람이 없어 한산하고 좋다. 밖은 찌는 더위인데 카페는 가벼운 외투를 걸쳐야 할 정도로 시원하니 참 좋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모두 피서를 카페로 하는 거겠지만. 요근래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려워 그냥 이리저리 마음부림에 휘둘렸는데 쨍쨍한 볕 아래 서니 덥다는 생각 외에는 잡념이 들지 않아 이런 점은 참 좋구나 하는 참이다. 한창 힘들 때에는 마냥 걷기를 했었다. 아무 말도 없이 계속 그냥 걷는 거다. 그러다보면 다른 건 모르겠고 몸에서 하나 둘씩 아픈 곳이 느껴진다. 발바닥이 아프다던가, 무릎이 뻐걱거린다던가. 그런 몸의 소리에 정신이 팔리면 더욱 좋다.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게 되고 그것만 신경쓰게 되니까. 그리고 조금 괜찮..
한 동안은 잠잠했었지. 지인들의 부고가. 그래서였는지 또 잊고 살았었지. 죽음이란 것은 반드시 오는 것. 두렵지만 그것은 바뀌지 않는 현실. 그러나 어떻게해서든 피하고 싶은 현실. 지인들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을 가고 울적한 마음으로 돌아오면 나는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린다. 요즘이 그렇다. 그 사람이 나와 아주 먼 관계여도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나에게는 내 부모의 죽음을 연상케하여 정말 말도 못하게 두려움에 시달린다. 우습지만 안 그러려고해도 안 그럴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그래서 그러한 마음 상태가 되면 정말 모든 것이 두려워 누가 건드리기만해도 울어버릴 정도로 나는 날카로워지고 잠을 못 자고, 피곤해한다. 어제도 4시에 일어나 극도의 불안에 시달렸다. 불안이란 대..
참 이상하지? 맘이란 것이 부리고 싶은대로 부릴 수가 없어 무진장 화가 나다가도, 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치욕스럽다가도, 정말 너무나도 슬프고 힘들다가도, 어처구니없이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다시 잠잠해지니, 참 맘이란 것은 종 잡을 수 없는 것이렷다. 그런 와중에 요즘은 어떠한고하니 다시 불끈불끈 화가 치미는 것이 좋지만은 아니하다. 하긴 생각해보면 아무런 고민도 근심도 없이 잠을 잘 자는 날에는 마음을 이해하려 글을 쓰질 않으니 나의 시시한 저녁은 어쩌면 늘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슬프거나 혹은 불안하거나의 부정적인 혹은 약해진 마음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바삭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을 부여안고 또 글을 남긴다. 나중에 두 번은 보지 않을 글들이라며 스스로를 자위하..
사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거대한 화두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지금 숨을 쉬는 것을 두고 삶이라고 하기에 나는 늘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 시도때도 없이. 이번 주 월요일에 이전 회사 지인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그다지 친한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에 문상을 가는 동료에게 조의금을 같이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가족의 어깨 수술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이야 간단하다고 한다지만(이미 한 번의 경험도 있어서 더 그런 것일까 싶고) 재활을 하는데 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은 관둔다고 하였다. 심란했다.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이기도 하지만 아프다는 이야기는 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그리고 가족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집을 떠나온 초반에는 반가움의 대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아마 가족의 부고를 듣고..
사람의 질투는 추한 것인가. 너는 그렇게 노력을 하지 않았으면서 시기와 질투가 가당키냐 하냐 라고 뭇매를 맞을 일인가. 뭐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질투. 그것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엔 그 색깔과 강도가 건강한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시기와 질투가 늘 짝을 이루어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질투. 그럼에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질투하고 있다. 동경과는 다른 차이겠지. 애정과 존중에 기반한 동경. 아 그래 질투에는 존중이 빠져있었구나. 그래서 건강하지 못한 색이라고 느낀 것이다. 나는 질투한다. 그들을. 왜 질투하느냐고? 나도 거기에서 함께 웃고 싶었는데 그렇질 못하니까. 그럼 다시 돌아면 되잖아? 라고 누군가 다그치겠지? 그럼 또 고민할 것이다. 헤어진 애인과 재결합을 하여도 ..
바람이 불어와 어두울 때, 당신 모습이 그리울 때 바람 불어와 외로울 때, 아름다운 당신 생각, 잘 사시는지, 잘살고 있는지 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 왜 이런 마음으로 살게 됐는지
넷플릭스 무료 체험 1개월을 다시 뚫었다. 몇년 전에 빨강머리 앤을 보겠다고 1개월을 봤다가 잊고 있었는데, 최근 무슨 심경의 변화에서였는지 딱히 뭐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는 아니고 그저 그냥 이끌리듯 1개월을 다시 했다. (별 시덥잖은 소리를 참 길게 정성스럽게도 쓴다 싶네) 여튼 그러해서 이것저것 볼만 한 게 뭐가 있나 검색을 하고 있는데, 예전만큼 미드나 영드에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고, 다큐멘터리 몇 종을 보다 말았다. 그리고 주말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본 것이 [로마] 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 두 편이다.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좋아해서 보려고 맘 먹고 있었는데, 영화관은 제한적이었고 어영부영 개봉일도 놓쳐 잊고 있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기억하곤 누워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