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침을 해도 혼자 (191)
In watermelon sugar
가장 최근 종현을 본 건 주간아이돌. 샤이니 컴백했다고 2배속 댄스 췄던 거였는데. 참 씁쓸하네. 무엇보다 내가 자주 듣는 한숨을 종현이 만들었을 줄이야. 이젠 기나긴 한숨에 침잠하지 말고 편히 쉬시길. 영면하소서 한숨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아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네, 하며 동질감을 느꼈고 어떤 부분에서는 그래 이렇게 사니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뭐, 하고 이질감을 느껴지만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녀의 인생은 그녀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이므로 서로 주제 넘게 충고따윈 하지 말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자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단단한 가게를 찾고 싶어하던 나에게는 제법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였고.
겨울이 오고 있다. 일어나니 눈이 소박하게 나무 위에 얇게 쌓여있다. 나무보다 차가운 서울 바닥은 눈조차 허락칠 않았다. 나무 위에 앉은 눈을 보고 있자니 설탕가루가 뿌려진 브라우니가 먹고 싶어진다. 그제는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잠을 설쳤다. 무엇때문인지 정말 모르냐고 물으면 확답하긴 어렵지만 일단 해결하기까지가 혹은 해결이 없는 것들이어서 그저 직면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뭐. 그래서 일단 출근이 짜증나고 마음은 사나움으로 차 오르는 느낌이 들어 음악으로 일단 차오름을 틀어 막고 있다. 음악이 주는 위안이 때론 얼마나 나를 살리는 것인지를 이미 경험한 바가 있으니 이번에도 제발 그래주기를.
봄은 늘 목 뒷덜미에서부터 왔다. 귀까지 올라오는 목 폴라를 벗고 가벼운 봄바람이 목 뒷덜미에서 살랑이며 간지럼을 피우는 것이다. 겨울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갑자기 추워져 어두컴컴한 오후 집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마침 빼빼로데이라 받은 아몬드 빼빼로와 커피가 제법 궁합도 맞는 것 같다. 날은 추운데 따뜻한 커피와 노곤한 마음이 잠시나마 겨울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겨울은 벌써 내 옆에 와 앉아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몸보다 맘이 먼저 곱는다. 더위가 주는 짜증에 실컷 젖어있다가 요근래 가을이 펑펑 내리더니 금방 완연한 가을이다. 성격이 급하거나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벌써 겨울에 가 있기도 하고. 같은 새벽즈음인데 여름의 것과는 생각과 불안의 밀도가 한참 다르다. 불안해 죽겠다. 괜찮다가 한 번 불안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걱정의 수렁에 빠지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건만 고통의 늪에서 혼자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멍하니 티비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면서 딴 데로 시선을 옮기느라 또 에너지를 쏟고. 도대체 이 비효율적인 감정의 노동을 나는 왜 매번하고 있는 것일까? 가을 탄다고? 우울하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을 한 두번 겪는 것도 아닌데 왜 매번 맥을 못 추고 이렇게 허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