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침을 해도 혼자 (191)
In watermelon sugar
아버지랑 사이가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닌데 불편한 건 어떻게 해결할까? 뭐 평생을 함께 살다보니 굳이 관계의 호전을 위해 뭔가를 하면 할수록 더 나빠진다던가 맘이 상했던 적이 있어서 결국은 그저 그는 그, 나는 나 그러고 사는거다. 독립하고 고향을 떠나와서 나이 먹고선 부딪힐 일이 거의 없어 그리움이 넘실댈 때도 있다 분명. 그럴 땐 수줍은 전화를 하며 퉁명스런 통화로 끝맺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그런 사이다 나와 아버지는. 오늘 갑자기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오후 4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 교회사람들과 문병을 위해 서울에 올라오고 계신다고 내일 오전에도 서울에서 약속이 있으니 우리집에서 자고 가셔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디로 오시냐 우리집에 찾아오실 수 있..
어젠가 그제는 드라마를 보다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그냥 막연히 울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고 싶단 생각에 운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라고 새삼 느꼈다. 눈물이란 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넘침이라고만 생각했지 감정의 생성이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난 왜 울고 싶었을까 나는 왜 울고 싶을까 우겨 넣어도 삐죽이 튀어 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나 아니면 울음으로 지저분한 감정을 퍼 내고 싶었나 잘 모르겠다 무엇때문인지는. 그냥 다만 나는 조금 슬펐고 울고 싶었다 운다고 나아지면 속편히 울기만 할 텐데 마음이,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건 이미 지겹도록 경험한 터. 뭔가를 바라고 운다기 보단 운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었을지도. 이게 무슨 개..
계절이란 건 참 신기하기도 하지. 마치 짠 것처럼 가을이 펑펑 내린 오늘 새벽 느닷없는 쓸쓸함에 잠을 설쳤다. 전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질 않는 상념들에 나는 몸서리 치며 잠에서 깨어 무거운 맘으로 출근을 하였다. 예전 맘을 나누었던 동료들은 모두 헤어졌고 나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하루하루 견디는 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내 우울함을 조금이나마 나눌 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하비3이 위로가 되었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졸린 잠을 깨운다고 신 나는 아이돌 노래도 출퇴근을 하였는데 좀 쌀쌀해졌다고 바로 모하비라니 우습다. 나의 변덕이. 책도 주문하였다. 꽁치를 먹고 싶습니다. 부끄러운 삶. 책도 책이지만 모친의 목소리가 그리웠는데 모친이 때마침 보이스톡을 걸어주셨다. 잠이 걸린 긁힌 목소리. 그..
어제는 아 그나마 살 것 같다, 그랬는데 오늘 지금은 아 짜증나네 진짜, 그러고 있다. 더 웃긴 건 그래서 누군가 요즘 잘 지내? 그럼 선뜻 그러엄! 하질 못하겠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이렇게나 내가 나약하구나. 미래에서 오신 분이 슬쩍 스포라도 날려 주면 좋으련만. 이런 쓸데없는 꼼수나 생각하고 있고. 잘 하는 짓이다. 이렇게 하루 하루 버티는 게 삶이라니. 누구 말마따나 견디는 삶이 아니라 누리는 삶 좀 살아봤으면. 오늘도 지겹고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