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침을 해도 혼자 (191)
In watermelon sugar
뭔가 요즘은 멍 때리며 살기를 테마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직도 하였고, 그냥저냥 3주 차이다. 이제는 팀장도 아니어서 사람 관리하느라 힘든 것도 없고, 상식 이하의 괴롭히는 상사도 없어서 내 양심을 팔면서 다닐 필요도 없다. 아직까지는. 자율 출퇴근이라 8시 30분 칼출근에 근태가지고 난리 떠는 일도 없고, 국가에서 지정한 근무 시간만 충족시키면 알아서 퇴근하고 출근하는 생활이랄까? 팀원들하고는 아직 서먹하지만 이맘 때쯤 너무 친한 척 하는 게 오히려 우습고 징그러운 것 같아 탐색모드로 조심하는 고양이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진 이 회사 괜찮다.아직까진. 회사는 모두 다 비슷하기 때문에 그나마 맘 놓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동료가 있냐 없냐에 따라 근무 연수가 결정된다고..
마음 단단히 먹어. 마음 굳건히 먹어. 왜 마음을 먹는다고 표현할까. 나에겐 없는 굳건함을 단단함을 어디에선가 가져와서 내 것으로 가지고 싶다라는 의지를 담은 것일까. 예전 일본 드라마에서 극중 인물이 참을 인 자를 손바닥에 쓰고 흡,하고 먹는 행동을 세 번 하던데 그것과 같은 의미이겠지. 내겐 없으니까 어디선가 있을 그것을 가져다 먹는 거겠지. 일종의 주문처럼 의도적으로 그렇게 자신에게 마법을 걸고 싶은 거겠지. 친구의 문자가 따뜻하다. 힘들지만 마음 굳건히 먹어야 겠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작게만 만드는 것인지. 아무도.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다. 라고는 하지 말고. 그렇게 말해 버리면 내가 버틸 재간이 없으니까. 제발 나 자신이다 라고는 하지 말아 줬으면. 어떻든 가야한다는 건 알고 있다. 마냥 쉴 수 만은 없기에. 그러나 조금 쉽게 조금 맘 편하게 가고 싶다고 바라는 것조차 잘못일까? 물론 지나가겠지. 그러나 내가 먼저 지나간 자리에 가 있을 수 없다면 난 오롯이 나를 사정없이 할퀴고 가는 시간의 손톱을 고스란히 경험해야한단 소린데 난 그게 싫다는 건데 좀만 참아 봐, 좀만 기다려봐, 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당장 내가 지금 죽게 생겼는데. 그러니까 버티라는 말 그렇게 쉽게 하지 마. 말의 감옥에서 몸부림 치는 게 얼마나 끔찍한데. 그런데 정말 나아지긴 하는..
나이가 들수록 게으른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적응이라는 것도 어렸을 때처럼 기민하게 발동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내 삶의 시간 중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인 지금이 그나마 더 쉽지 않겠는가, 자위하며 맘을 다잡는다. 힘내라! 나! 씩씩하게!
진심으로 타인(가족을 포함하여 누구든)의 행복을 기뻐해 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보통의 말처럼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질투도 시기도 없이 타인의 행복을 빌고 기뻐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내가 남보다 더 행복해야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나의 마음을 얼마나 갉아 먹는 해충이란 말인가. 진심으로 슬퍼하며 얼굴을 가누지도 못하여 완전히 표정이 내려앉은 울음을 울어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안다면 그 반대인 기쁨의 순간도 그러하리라. 욕망의 현신 질투의 화신 어글리한 모든 것의 총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그게 지금 나다. 이런 추악한 내 모습을 들키기 전에 얼른 고이 잠들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