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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melon sugar

<사나운 마음> 본문

시시한 저녁

<사나운 마음>

unloved 2018. 10. 10. 00:31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래 이럴 줄 알았어.

꼴 좋다 좋아.

스스로를 비꼬고 비난하고 한바탕 비웃어 주어도 좀처럼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좋아지기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지길 바랬는데 결국 그렇게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그지같은 마음으로 구정물에 뒹구는 것도 나고, 그런 모습이 꼴 좋다고 비웃고 생채기를 내는 것도 나다. 

현재의 내 모습이 왜, 뭐가 문제일까? 

나는 왜 지금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할까? 포켓몬이 아니야, 나는. 그런데 왜 자꾸 더 나아가질 못해서 이렇게 안절부절하는 거니?

여기가 마치 나에겐 지옥 같고, 그래?

그런데 여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잘 다니고 있는 곳인데? 행복하게 다니는 사람도 있고 말이야.

아, 나는 왜 이렇게 나의 분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항상 만족이란 것은 더 나은 곳에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항상 다른 곳만 바라보며 살고 있을까?

왜? 왤까?

마음이 사납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건 정말로 입을 벌리는 순간 나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말을 나자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혹은 허공에 마구 해 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 지금 내 뱃속은 엉망진창이고, 썩은 내가 나고, 부글부글 가스를 내며 부패하고 있다. 

누구도 나를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도 지금은 내 자신이 너무 버거운데, 그냥 마냥 쉬고만 싶은데, 그냥 입 닥치고 있어 주길 바라는데,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네. 나는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하였나, 혹은 그 선택으로 나는 늘 괜찮았나?

아니야, 그래 아니지.

선택을 하고는 늘 괴로움을 만났고, 싸웠고, 잠잠해 지기도 했고, 체념도 했지. 그래 그랬지.

이전에도 이런 일은 있었어, 그 때도 괴로웠지만 어찌저찌 넘기게 되더라라고,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면 또 이 사나운 마음이 영 못 참을 것은 아닌데도, 아 그런데도 생각같이 마음이 딱딱 떨어지지가 않는 걸? 그래, 그래서 괴롭다.

그지같은 상황에 나를 내가 우겨 넣은 것같아, 그런 바보 같은 나를 비웃는 나 자신이 꼴보기 싫어서, 그리고 함정에 빠트린 것도 나고 그 함정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보고 비웃는 것도 나고, 허우적대는 것도 비웃는 것도 모두 쓸데 없이 나를 괴롭히기만 해서 나는 그래서 지금 힘든거다. 뫼비우스의 띠구나. 전혀 나아짐이라고는 없는. 그저 돌고돌고돌기만 하는. 젠장.



_선배, 사과같은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같은거나 봐요. 언제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지 않으니까. 비웃지 않으니까. 그냥 이런 나무같은거나 보라구요. [너무 한낮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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